2008.06.25 14:30

중국, ‘신조선전략’으로 북한 ‘동북4성’화 시동

지난번 글에서 미국이 시진핑 국가 부주석 방북에 대해 긴장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중국이 식량 지원 양을 미국 수준인 50만t으로 갑자기 확대시킨 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것이 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소개된 다음과 같은 보도 내용을 보기로 하지요.
방북 첫날인 6월17일 시진핑 부주석은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에게 “농업과 경공업, 정보산업, 과학기술, 물류, 변경지구 기초 시설 등의 분야에 대한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양형섭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완전 찬동한다”고 답했지요. 또한 북중 양국은 경제기술협조협정, 항공운수협정, 자동차 운수협정 등을 체결하기로 했다고도 합니다.

중국이 북한 측에 북·중간 경협을 전면적으로 실행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형식상으로는 지난 6월4일 류샤오밍 평양주재 중국 대사가 리룡남 북한 무역상에게 제안한 것을 한층 확대시킨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류샤오밍은 당시 “중국은 상호 무역과 투자를 늘려 기초시설 건설, 광산자원 개발, 광산품 가공, 변경지구 무역 왕래 등 4대 분야에서 조선과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밑바탕의 근본 발상은 지난 2004년 말 중국 공산당 산하 대북담당 부서들과 연구소들이 비밀리에 작성한 ‘신조선전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정보소식통들 사이에서 “수면 아래 있던 신조선전략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신조선전략은 ‘북한의 경제재건을 중국이 사실상 주도함으로써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을 중국과 일치시켜 나간다는 ‘중·조일치 전략’을 핵심 키워드로 한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 및 산하 연구소들은 당시 이를 위해 약 40억~50억 달러에 이르는 경협 자금을 북한에 투입할 계획이었고, 당·정·군, 지방도시, 기업 등의 광범위한 대북 접근을 일사분란하게 집행하기 위해 ‘8대 계획’이라는 실행 계획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한 해,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를 대상으로 이같은 계획에 따른 중국의 대북 지원을 받아들일 것을 설득했고, 2005년 10월의 후진타오 주석 방북을 통해서는 노골적으로 중국식 사회주의 발전 경험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2006년 1월 중국 남부 순방을 통해 중국 지도부의 요구를 수용할 뜻을 밝혔으나, 그 뒤 스파이 사건 등으로 인해 북·중관계가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이 계획은 다시 수면 아래로 잠복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정보소식통들은 중국이 언젠가는 다시 이 계획을 꺼내들 것으로 판단해왔습니다. 특히 중국이 더 이상 주변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되는 시기, 즉 올림픽이 끝난 후인 올해 8월 이후부터는 중국이 거리낌없이 대북 경협을 앞세워 북한의 동북4성화를 추진하려 할 것으로 내다봐 왔지요.

그동안 미국이 8월 이전에 대북 진출의 교두보를 쌓기 위해 노력해온 이유도 사실, 중국의 이런 속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뜻있는 전문가들이 하루빨리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서 북한의 중국 편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도 바로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8월 올림픽 이후에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조선전략이 이번 시진핑 방북을 계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바로 북중 경협 전면화라는 카드 속에 숨어 있는 것이지요.

중국이 북한과 경협 전면화에 나선다는 것은 곧 북한의 모든 산업 물류 분야에 대한 장악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북일 수교 카드로 이에 맞설 생각이었지만, 중국이 예상외로 빨리 움직이기 시작할 경우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한국이 보게 됩니다. 시진핑이 이번에 거론한 분야들, 즉 ‘농업 경공업, 정보산업, 과학기술, 물류’ 등 분야는 거의 대부분 한국 기업의 진출 분야와 중복되는 것입니다.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험악한 상황에 처했어도 그동안 대북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이 필요로 하는 산업 기술 협력은 남한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중국이 뛰어들기 시작하면 사실 이마저도 전부 중국에 뺏기고 말 것입니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 수준이란 점에서 볼 때 중국 역시 남한 못지않게 북한의 발전 단계에 맞는 지원을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사치스러운 고민 같기도 합니다. 북한이 최근 개성 및 금강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는데,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폐쇄같은 극단적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단계적 포석이란 얘기까지 돌고 있으니까요. 당장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중국의 대북 진출 전면화를 걱정할 단계냐구요. 그러나 이 둘의 움직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북한이 한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끊으려고 결심한다는 것은 결국 탈출구를 중국과의 경협 전면화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대로 그대로 간다면 그 귀결은 뻔하겠지요. 북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전락할 것입니다. 경제가 넘어가면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도 중·조 일치가 실현되어, 결국은 동북 4성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남문희 <시사IN> 전문기자


Trackback 0 Comment 5
2008.06.25 14:30

중국, ‘신조선전략’으로 북한 ‘동북4성’화 시동

지난번 글에서 미국이 시진핑 국가 부주석 방북에 대해 긴장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중국이 식량 지원 양을 미국 수준인 50만t으로 갑자기 확대시킨 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것이 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소개된 다음과 같은 보도 내용을 보기로 하지요.
방북 첫날인 6월17일 시진핑 부주석은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에게 “농업과 경공업, 정보산업, 과학기술, 물류, 변경지구 기초 시설 등의 분야에 대한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양형섭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완전 찬동한다”고 답했지요. 또한 북중 양국은 경제기술협조협정, 항공운수협정, 자동차 운수협정 등을 체결하기로 했다고도 합니다.

중국이 북한 측에 북·중간 경협을 전면적으로 실행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형식상으로는 지난 6월4일 류샤오밍 평양주재 중국 대사가 리룡남 북한 무역상에게 제안한 것을 한층 확대시킨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류샤오밍은 당시 “중국은 상호 무역과 투자를 늘려 기초시설 건설, 광산자원 개발, 광산품 가공, 변경지구 무역 왕래 등 4대 분야에서 조선과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밑바탕의 근본 발상은 지난 2004년 말 중국 공산당 산하 대북담당 부서들과 연구소들이 비밀리에 작성한 ‘신조선전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정보소식통들 사이에서 “수면 아래 있던 신조선전략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신조선전략은 ‘북한의 경제재건을 중국이 사실상 주도함으로써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을 중국과 일치시켜 나간다는 ‘중·조일치 전략’을 핵심 키워드로 한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 및 산하 연구소들은 당시 이를 위해 약 40억~50억 달러에 이르는 경협 자금을 북한에 투입할 계획이었고, 당·정·군, 지방도시, 기업 등의 광범위한 대북 접근을 일사분란하게 집행하기 위해 ‘8대 계획’이라는 실행 계획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한 해,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를 대상으로 이같은 계획에 따른 중국의 대북 지원을 받아들일 것을 설득했고, 2005년 10월의 후진타오 주석 방북을 통해서는 노골적으로 중국식 사회주의 발전 경험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2006년 1월 중국 남부 순방을 통해 중국 지도부의 요구를 수용할 뜻을 밝혔으나, 그 뒤 스파이 사건 등으로 인해 북·중관계가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이 계획은 다시 수면 아래로 잠복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정보소식통들은 중국이 언젠가는 다시 이 계획을 꺼내들 것으로 판단해왔습니다. 특히 중국이 더 이상 주변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되는 시기, 즉 올림픽이 끝난 후인 올해 8월 이후부터는 중국이 거리낌없이 대북 경협을 앞세워 북한의 동북4성화를 추진하려 할 것으로 내다봐 왔지요.

그동안 미국이 8월 이전에 대북 진출의 교두보를 쌓기 위해 노력해온 이유도 사실, 중국의 이런 속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뜻있는 전문가들이 하루빨리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서 북한의 중국 편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도 바로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8월 올림픽 이후에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조선전략이 이번 시진핑 방북을 계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바로 북중 경협 전면화라는 카드 속에 숨어 있는 것이지요.

중국이 북한과 경협 전면화에 나선다는 것은 곧 북한의 모든 산업 물류 분야에 대한 장악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북일 수교 카드로 이에 맞설 생각이었지만, 중국이 예상외로 빨리 움직이기 시작할 경우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한국이 보게 됩니다. 시진핑이 이번에 거론한 분야들, 즉 ‘농업 경공업, 정보산업, 과학기술, 물류’ 등 분야는 거의 대부분 한국 기업의 진출 분야와 중복되는 것입니다.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험악한 상황에 처했어도 그동안 대북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이 필요로 하는 산업 기술 협력은 남한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중국이 뛰어들기 시작하면 사실 이마저도 전부 중국에 뺏기고 말 것입니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 수준이란 점에서 볼 때 중국 역시 남한 못지않게 북한의 발전 단계에 맞는 지원을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사치스러운 고민 같기도 합니다. 북한이 최근 개성 및 금강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는데,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폐쇄같은 극단적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단계적 포석이란 얘기까지 돌고 있으니까요. 당장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중국의 대북 진출 전면화를 걱정할 단계냐구요. 그러나 이 둘의 움직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북한이 한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끊으려고 결심한다는 것은 결국 탈출구를 중국과의 경협 전면화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대로 그대로 간다면 그 귀결은 뻔하겠지요. 북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전락할 것입니다. 경제가 넘어가면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도 중·조 일치가 실현되어, 결국은 동북 4성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남문희 <시사IN> 전문기자


Trackback 0 Comment 1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