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7 22:13

한중 정상회담, 잔치는 끝났다.

지난 1주일 한중 정상회담에 매달리느나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이 까발려지고 NLL이 다시 이슈화되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더구나 이번주는 회사 사정으로 마감이 목요일로 하루 앞당겨져 한중 정상회담 결과 나오기 전에 기사를 미리 써놓고 결과를 보며 수정을 해야하는 거의 신공을 발휘해야 했다. 뭐, 결론은 예상했던 대로다.


중국의 립 서비스 속에 한미중 전략 공조니 북한 비핵화니, 중국을 대북 압박의 틀로 끌어들여 포위망을 구축하려던 정부 시도는 벽에 부딪힌 듯하다. 그 대신 이제부터는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 국면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우리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고 외쳐 봐야 이미 대세가 흐르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접받고 우리 정부 목소리가 그나마 들렸던 시기도 바로 여기까지다. 이제는 중국 주도의 6자회담 판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게 될 것이다.


빠르면 7월 초에서 중순,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거기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에 대한 선 조치(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가동 중단 등)가 나오는 것을 신호탄으로 6자회담 및 북미 양자 대화(소위 베이징 프로세스)가 시작되고, 아베의 방북, 김정은 비서의 방러 등이 뒤를 이을 수도 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게임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게임 머니가 없다. 다 써버렸다. 이번에 어떻게 시진핑까지 대북 포위망으로 끌어들였다면 그나마 시간을 좀더 끌어볼 수 있었을 텐데, 중국이 미쳤나. 하긴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에 너무나 큰 기대를 건 나머지, 7월 중 중국이 외사영도소조를 열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까지 용인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는 분들도 계시다. 이거야 말로 헐~이다. 요즘 아무리 들여다봐도, 지금 그럴 처지가 되나, 도대체 모르겠다. 뭘 보고들 그러는지.


요즘 북중간, 북미간 수면의 위와 아래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들을 들여다 보면, 국면을 이끌고 있는 게 중국인지 북한인지 헷갈린다. 통상은 중국이라고 해야할 텐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게 아니다. 최룡해 방중 때부터 북한이 한수 가르쳐 주고 중국은 기뻐하고, 이번에 김계관도 가서 넌지시 일러주고, 다롄 가있는 동안 중국은 확인하느라 정신없고...


북한 외교술이 예전과도 무척 다르다. 겉으로는 중국이 뭘 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끌고 가는 것은 북한이다. 김정은 비서의 국제무대 첫 등장 정상회담 대상을 아베, 시진핑, 푸틴까지 벌려놓고 중국을 몸 달게 하는 것도 웃긴다. 사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아베와 푸틴이 시진핑을 앞서 김정은과 만나는 일이 절대 안 일어나도록’ 무척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런 판국에 무슨 놈의 대북 압박인지....


이 사회의 소위 식자층은 과잉 자신감 탓인지 저쪽을 너무 우습게 보는 듯하다. 심지어 최근에도 북한 내부 의사결정이 개판이며, 좌충우돌 중구난방 하고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에 맞는 근거들을 대면서 얘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것도 난독증인가? 멀쩡한 정상회담 회의록에서 NLL 포기 발언을 ‘창조’해내기도 했으니, 돌아가는 판의 앞뒤를 잘라 멋대로 그림 그리는 것은 여반장이겠지.


*아래 링크한 기사는 시기가 좀 지났지만 남북 당국 회담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 내용 중에도 앞으로 전개될 일들에 대한 북측의 시각이나 전략 같은 게 소개돼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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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버릇 고치기? 한국의 엉뚱한 전략

북한은 이번 회담 제의를 통해 ‘마지막 물음’을 던졌다. 경제개발과 7월부터 본격화될 미·중·일과의 외교 게임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의사를 물었다. 한국은 회담 대표의 ‘격’을 따지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301호] 승인 2013.06.25  07:00:21

출발 지점부터 서로 달랐다. 상승 무드를 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북한, 이와는 정반대로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남한. 형세에 대한 판단이 다른 만큼 협상에 임하는 목적과 자세 역시 천양지차였다. 북한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남측을 압박했다고 한다. 6월이 지나 7월부터 자기들 페이스대로 동북아 정세가 흘러갈 텐데, 서울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은 것이다. 반면 남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6월 말 한·중 정상회담이 바로 북한 비핵화 압박을 위한 ‘한·미·중 전략공조’의 정점이라고 보고, 그 전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 대해 별로 탐탁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여는 것보다, 이명박 정권 초기처럼 ‘잘못된 관행과 버릇 고치기’에 주안점을 둔 듯하다. 남북 당국회담 본회담 대표의 격을 둘러싸고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게 그 얘기다. 통일부 주변에서 실제로 ‘이번에 확실히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통일부 제공

6월9일 김성혜 북한 실무접촉 수석대표(맨 앞)와 대표단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양측의 판이한 인식이 6월9일부터 10일 새벽까지 진행된 실무회담에서 격돌했고, 결과 발표를 따로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 책임 전가만이 남은 상태에서 마침 불거진 본회담 대표의 격 문제를 서로 빌미로 삼았을 뿐이다. 따라서 실무회담을 분석해보면, 양측의 견해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먼저 북한 측부터 보자. 북한이 이번 회담을 제의한 목적은 시기적으로는 미·중 정상회담 하루 전날을 택한 외교 공세라는 점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한다. 실무회담 수석대표 선정이나 의제 등이 모두 이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석대표 위상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바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 타이틀을 달고 나온 김성혜라는 인물이다. 


북한, 군 위수지역 본격 자원개발


김성혜가 대표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 권력에 정통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곧 ‘실무회담이 곧 장관급 회담’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화제가 됐다. 그는 2000년대 중요한 남북회담 때마다 얼굴을 비쳐왔지만, 그의 소속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말 그대로 타이틀일 뿐이다. 실제로는 당 중앙위 소속이다. 북한 권력의 심장부이자 김정은 시대 의사결정 중추로 강력하게 부상해온 당 중앙위가 대남관계 담당으로 특화해 키워온 인물인 것이다. 직급상 과장급으로 분류되는데, 당 중앙위 과장은 내각의 상(장관)보다 힘이 세다는 것이 통설이다. ‘실무회담이 곧 장관급 회담’이란 얘기가 바로 여기서 연유한 것으로,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 실무회담 대표로 나온 것이다. 김정은 시대에는 한물간 김양건 통전부장을 남측이 장관급 회담 대표로 처음부터 못 박은 것은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당 중앙위 인물을 실무회담부터 투입한 북측 의도는 결국 남쪽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데에 이번 회담의 방점이 찍혀 있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6월6일 당국회담을 제안한 조평통 대변인 특별 담화문에 보면 회담 의제는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 대한 남조선 기업가들의 방문과 실무접촉, 북·남 민간단체들 사이의 내왕과 접촉, 협력 사업 △6·15 공동선언 13돌 및 7·4 공동성명 발표 41돌 공동 기념행사다. 북한의 의도에 맞게 이를 분석해보면, 6·15와 7·4 공동 행사는 명분이고, 이산가족 문제는 남한의 필요에 따라 찬조 출연할 수 있는 의제였을 뿐이다. 실제 핵심은 바로 세 번째 ‘남쪽 기업가의 방문과 실무접촉 및 민간단체 사이의 내왕과 접촉, 협력 사업’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이것을 가로막는 5·24 조치를 해제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개성공단 정상화나 금강산 관광’은 5·24 조치 해제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한 일들이다. 한마디로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얘기해왔는데 5·24 조치로 남북 간 교류협력을 계속 가로막고 있으면서 어떻게 신뢰 회복이 가능한가 물으려고 내려온 것이다. 그것도 현장에서 듣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아예 실무회담 대표로 결정력을 갖춘 인물을 내려보냈다. 


   

ⓒ뉴시스

남북 수석대표의 격에 대한 의견 차이로 실무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6월12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회담장의 구조물이 철거되고 있다.

반면 남측은 ‘개성공단·금강산·이산가족 문제와 남북 간 시급한 현안’ 등을 의제로 얘기했지만, 사실상은 개성공단의 정상화, 그것도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을 전제로 한 정상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전에 나온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서 이 같은 점이 확인된다. 6월8일자 <문화일보>에 소개된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은 정부의 정세 인식을 보여준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라고 강조한 한 고위 당국자는 “낮은 수준의 남북 경협은 비핵화 논의 없이 추진할 수 있지만 높은 단계의 대규모 경협과 대북 지원, 정치·군사 회담은 비핵화와 연계해 추진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핵을 가진 자와 대화할 수 없다’는 김영삼 정부 이래의 핵·경협 연계론의 연장선에서 남북관계를 본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런 인식하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남북 경협 재개를 의미하는 5·24 조치 해제 등은 모두 비핵화와 충돌하기 때문에 불가한 것이다. 


6월9일부터 10일 새벽까지의 실무회담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남측의 천해성 통일부 정책실장과 북측의 김성혜 조평통 부장(당 중앙위 과장)은 모두 10여 차례 의제를 둘러싸고 격돌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실 북측은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다 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 양쪽 모두 사실상 본회담까지 갈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확인이 필요했을까. 그것은 지금부터 본격화할 ‘김정은 시대의 전략 프레임’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지난 3월31일 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발표된 핵·경제 병진전략의 2단계 실행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의사 확인 절차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북측이 구상하는 핵·경제 병진전략의 2단계가 실행에 들어가면 북한 내부 개발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특구 개발과 외자유치 활동이 활발해진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경쟁적 대북 진출 등으로 인해 한동안 남한이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게 된다. 그래서 북한 일각에서는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 확인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방북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는 특수 인연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내부에 이런 목소리가 엄존하는 데 이것을 무시하고 갈 경우 나중에 분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어 이번에 그것을 확인한 셈이다. 결과는 ‘당분간 어렵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이 생각하는 핵·경제 병진전략 2단계의 구체적 추진 방향과 내용은 무엇인가. 북측은 이미 친절하게도 <조선신보> 6월4일자를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조선신보>는 이 전략이 ‘핵 대국인 미국과 계속 대결하면서 조선이 경제건설을 하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과거처럼 재래식 무기로 맞섬으로써 경제를 희생하는 것을 피하고, 대신 최종 병기인 핵 무력으로 평화를 보장해 경제건설에 큰 힘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로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가 달라지는 데, 그 첫 번째가 바로 ‘(과거 재래식 전력 위주 시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비효율적인 것은 바꾸고, 공장 건설 같은 산업 배치, 군수 및 민수물자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공정과 인력 재정비 등 전쟁에 대비해 강구했던 모든 것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역점 사업이 바로 원산 및 칠보산관광지구 개발, 그리고 각 도의 경제개발구 추진 등 대외경제 활성화 조치가 같이 맞물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AP Photo

6월8일 산책을 즐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6자회담과 북·미 대화 눈앞에 


<조선신보>의 설명은 여기서 그친다. 핵심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먼저 앞부분의 ‘재래식 전력 시대’의 관행을 개혁하는 것 중 북한의 브레인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안이 바로 ‘군 위수지역 자원개발 문제’이다. 그동안 북한이 지하자원을 개발해 중국에 수출한다고 해왔지만 아직도 많은 곳이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군이 관할하는 위수지역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핵무기 실전배치 시대에 들어가면 군의 위수지역 개념도 바뀌게 되기 때문에 그동안 개발 제한으로 묶였던 광산 등 자원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게 바로 ‘군 위수지역의 경제화를 통한 내재 역동력의 확보’라는 개념이다. 이것이야말로 북한 브레인들이 숨겨온 2단계 병진전략의 핵심 중 핵심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자원을 팔아 경제개발 시드머니(종잣돈)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누구와 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물은 것은 아니나 내용상 의사 타진을 한 것인데 사실상 거부한 셈이므로, 앞으로 중국과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지난 3년간 계속돼온 북·중 교역 60억 달러 시대를 단기간에 100억 달러 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고려도 크게 작용한다.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에서 볼 때 100억 달러가 고비였다. 이것만 넘으면 1000억 달러는 금방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앞서 언급한 군 위수지역의 자원개발을 본격화하는 일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으로 벌여온 군부에 대한 숙청작업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앞으로 자원개발 및 수출을 통해 들여온 자금이 엉뚱한 데로 새나가는 것을 막고 경제개발 자금으로 온전히 사용하기 위한 사전조처였던 셈이다.


두 번째 대외 경제 활성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최근 들어 특구 개발과 외자유치에 적극적이라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신의주·남포·해주, 칠보산, 원산 개발에 금강산·나선 확대개방 등의 조처가 줄을 이었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정세하에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시돼온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바로 이 같은 특구 개발과 투자 유치를 대내외에 선전함으로써 앞에서 언급한 군 위수지역 개발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개발 자금이 모아지면 역으로 특구 개발로 선순환된다. 


   

ⓒReuter=Newsis

아베 일본 총리(가운데)는 8·15를 전후해 방북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북한 제1비서(왼쪽) 입장에선 자원 개발을 위한 종잣돈을 쥘 기회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의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핵·경제 병진전략에 따른 국제 환경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이다. 핵 카드를 앞세운 북한의 상반기 국제사회 압박 과정에서 북한은 은연중 3가지 카드를 손에 쥐었다고 평가받는다. 첫 번째 카드는 바로 북한이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7월27일까지 평화협정 논의 전망이 없을 때를 대비한 이란 카드다. 이란에 핵기술·물질·탄두 등을 넘기는 대가로 최소 100억 달러 정도는 확보 가능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지난 5월의 이지마 방북으로 윤곽을 드러낸 일본 아베 카드. 이지마 방북 당시 20억 달러 이상의 남포 지역 선투자 얘기가 불거진 바 있는데, 최근 우리 정부도 다양한 루트를 동원해 이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7월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일본의 패전일인 8·15를 전후한 시점에 방북을 단행해 패전 역사에 대한 설욕의 발판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건 북한으로서는 시드머니를 손에 쥘 기회다.


세 번째는 중국 카드다. 일본 아베 총리의 움직임은 중국의 대북 진출을 경쟁적으로 촉진하는 지렛대로 작용했다. 이미 최룡해 방북을 통해 북·중 라인이 재개됐고 이에 따라 최근 68명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개발 고문단이 방북해 북한의 자원 개발 및 특구 개발, 그리고 인프라 공개 입찰 등에 대한 교섭을 벌이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미국과 중국의 공조에 의한 대북 비핵화 압력으로 해석하나 이는 허상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비핵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새로울 게 없다. 새로운 것은 그런 인식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은 대화와 타협을 주장했고(즉 6자회담과 북·미 대화), 미국은 6자회담에 미국이 나설 수 있는 옵션을 마련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룡해 방북 당시 북·중 간에 이미 합의한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초청에 시동을 걸면 된다. 김정은 제1비서가 방중할 경우 6자회담 참여 및 궁극적 비핵화 선언, 그리고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가동 중지 등의 선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옵션이 해소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 시점은 아베 총리의 방북 이전이어야 하므로 대략 7월 중순이 점쳐진다. 그리고 이를 위해 6월 하순에는 중국 특사의 방북 가능성이 높다. 즉 우리 정부가 한·미·중 전략 공조의 하이라이트로 여기는 박근혜 대통령 방중 시기인 6월 하순을 전후해 동북아에 전혀 다른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바로 북한을 둘러싼 미·중·일의 외교 게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바로 그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북한이 이번에 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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