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4 12:25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뒤에 있는 미국의 신 아태전략

아시아·태평양에 격랑이 일고 있다. 일본이 마침내 핵 무장화 가능성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다. 2010년부터 노골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역내 세력 판도까지 뒤흔들기 시작한 중국 군사력 증강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로 보인다.


6월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2+2회의(외교 ·국방장관 회의) 역시 예사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확대 강화하겠다는 기존 내용을 뛰어넘어 한국과 미국이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 간의 남중국해(남지나해) 영유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심지어 ‘인도의 동방정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도와의 대화·협력 및 교류를 증진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그동안 북한 핵 문제 등 주로 한반도 안보 현안을 다루던 한·미2+2회의에서조차 이제는 아시아 현안이 이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느닷없는 핵 무장화 움직임,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 한국을 갑자기 아태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미국은 왜 뭔가를 서두를까.



일본은 왜 불안한가


지난해 11월17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의회에서 있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선언, 그리고 올해 1월5일 오바마 대통령이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과 같이 발표한 새로운 국방전략 지침 등으로 그동안 중동과 유럽에 머물던 미국의 아시아 복귀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아시아 전략의 중심축이던 일본은 요즘 불안감에 휩싸였다.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에 주둔하던 미국 해병대 병력의 ‘엑소더스 재팬’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 2월8일 미·일 양국 정부는 오키나와 주둔 미국 해병대 1만8000명 중 4700명을 우선 괌으로 이동 배치하기로 했다. 2006년 오키나와 후텐마에 있는 미군 기지를 같은 섬 내의 헤노코로 옮기고, 동시에 미국 해병대 1만8000명 중 8000명을 괌으로 이동시킨다고 했던 약속의 일부를 이행한 것이다. 나머지 3300명 중 2500명은 이미 지난해 11월17일 오바마 대통령의 오스트레일리아 방문 시 북부 다윈에 주둔시키기로 양측이 합의한 바 있다. 남은 병력도 하와이나 미국 본토, 필리핀 등 해외 미군 기지에 순환 파견할 방침이다.


과거에는 나가라고 떼밀어도 꿈쩍 않던 미군이 지난해 말부터 자발적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일본 식자들이 최근 흐름 중 하나로 주목하는 게 바로 지난 5월14일~6월8일 일본 본토 이와쿠니 기지에서 미 해병대원 170명이 괌 북쪽, 사이판 인근의 티니안 섬까지 날아와 군사훈련을 한 사실이다. 원래 티니안 섬에는 일제 때 일본군이 만든 군용 활주로 몇 개가 있었는데, 그 후 미군이 사용하다 국제공항으로 쓰는 한 개만 남기고 1947년 이래 사용한 적이 없다. 하토야마 정권 시절인 2010년 4월, 티니안 섬 의회가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대신 미국 해병대를 유치하겠다며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지만 미군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2년 만에 티니안 섬이 유사시 미군의 집결지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번에 훈련하러 온 군인들은 다시 원대 복귀했지만 미국 국방부가 최근 티니안 섬의 노스필드를 미군 기지로 부활시킨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아시아 중시’를 밝힌 미국이 정작 아시아 주둔의 중추였던 오키나와와 주일 미군 기지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보이는 데 비해, 티니안 섬처럼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여타 지역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기지로 사용하다가 냉전 이후 폐쇄했던 옛 기지들이다. 베트남의 캄란만, 타이의 우다바오, 필리핀의 수빅과 클라크 기지 등이 바로 그곳이다. 


최근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베트남 측에 캄란만을 다시 미군의 기항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군 통합참모본부장도 타이와 필리핀을 방문했다. 특히 방콕 남쪽의 우다바오 기지를 인도적 지원 및 나사(NASA)의 탐사를 위한 시설로 미군에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미군의 공격형 잠수함이 우호 방문이라는 명목으로 필리핀 수빅에 기항하기도 했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 기지 역시 미군의 새로운 아태 지역 기지 목록에 추가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미얀마(버마)에도 미군 기지가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미군 재편의 배경에 있는 것


서두에 언급한 일본의 핵무장화 움직임이나 한·미2+2회담의 기묘한 결론 역시 지난해 말 이후 아시아 복귀를 본격화한 미국의 이 같은 행보와 직간접으로 연동돼 있으리라 보인다. 일본이 핵 무장화 카드를 꺼낸 것은 바로 불안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한국을 아태 지역 현안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 역시 최근 미국이 베트남·타이·미얀마 등으로 대중(對中) 포위전선을 확대하는 흐름과 직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을 관통하는 미국의 의중은 무엇일까. 무엇이 미국을 서두르게 하고 미국은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 적어도 2010년 5월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관망하는 듯했다. 그런데 2010년 5월 미국의 상황 인식과 대처 방향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첫 번째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010년 5월 재향군인회 연설에서 “미군이 전례 없이 위험한 환경 아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시해온 항공모함을 주체로 한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2010년 5월, 미국 국방부 산하 전략예산센터(CSBA: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ts)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의 하나로 공해전(AirSea Battle, ASB) 전략을 공표했다는 점이다. 전략예산센터는 1973년부터 국방부 총괄평가국장으로 근무 중인 앤드루 마셜의 영향 아래서 움직이는 조직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역시 2010년 5월 발표한 미국 국가안전보장전략(NSS)에서 ‘아시아·태평양 5개국(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타이)과의 동맹이 아시아 안전보장의 초석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번영의 기반’이라고 새삼스럽게 규정한 점이다.


이 세 가지 움직임은 일관된 흐름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더 이상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한 미국의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게이트 장관의 현실 인식하에 국방부 전략예산센터가 공해전 전략을 들고 나왔고, 그 속에서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타이가 아시아 안전보장의 초석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때 이미 한국이 미국의 새로운 아태 전략의 틀 속에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동풍-21D의 위용


항공모함을 축으로 한 미국의 전통적인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게이트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미국 항공모함 부대는 해군력의 중심적 존재로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가까이 전 세계 바다에서 군림해왔다. 냉전 시대 소련이 잠시 견제했으나 냉전 이후 20년간은 자유자재로 함재기에 의한 전력 투사를 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게이트 장관 말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이런 미국 항공모함의 슈퍼맨적인 행동이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로 2009년 4월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60주년 기념사열 때 첫선을 보인 동풍-21D 미사일 때문이다(46쪽 상자 기사 참조). 동풍-21D를 둘러싼 구구한 억측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것은 그것의 실전 배치로 인해 그동안 미국 아태 전력의 주력군이던 미국 항공모함이 고철 덩어리로 전락해버렸다는 점이다. 더불어 아태 지역의 군사력 판도도 중국 우위로 역전되기 시작했다. 사정거리 1500㎞ 이상이면 중국 대륙 어디에 배치해도 미국 항공모함이 중국 근해에 접근하는 게 불가능할뿐더러,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의 미군기지, 심지어 일본의 심장부 역시 자유자재로 타격이 가능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세계 최강 미국이 이에 맞설 무기가 없다. 바로 1987년 12월8일 옛 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사거리 500㎞에서 5500㎞인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모두 폐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직 항공모함을 위주로 한 미국의 아태 전력은 동풍-21D 앞에 속수무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변경론과 남중국해 사태


2009년 이후 동중국해(동지나해)와 남지나해에서 본격화한 중국의 무력시위 역시 사태를 더욱 꼬이게 했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종합국력’(경제력과 군사력의 총합)의 증감에 따라 국경선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는 중국 특유의 ‘전략적 변경론’에 입각해 황해·동중국해·남중국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1992년 제정한 영해법 역시 그 일환이다. 


종합국력에 따라 국경선이 늘어난다는 주장을 군사적으로 실현하고자 한 게 바로 1980년대 류화청 해군사령관이 주창한 제1열도선(중국 측 표현은 제1도련선)과 제2열도선(제2도련선) 개념이다(42쪽 지도 참조). 즉 2010년까지 제1열도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항공모함이 건조되는 2010년 이후 2020년까지 제2열도선에 대해서도 제해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자면 먼저 제1열도선에 대해서는 통제권 확보, 그리고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사이의 바다에 대해서는 미국과 동맹국의 함대 및 전력 투사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고 영역 내 기지들을 무력화하는 단계, 즉 ‘접근 저지/영역 거부(Anti Access/Area Denial, A2/AD) 전략 단계’라 할 것이다. 그동안 이론적 수준으로 여겨졌던 중국 해군의 A2/AD 전략이 동풍-21D의 등장과 더불어 현실성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2009년부터 중국 측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이 주권에 준하는 핵심적 이익 지역으로 여겨온 티베트, 타이완에 이어 남중국해 역시 핵심적 이익의 일부로 포함시켜버린 것이다. 2010년 3월2~3일 중국을 방문한 제프리 A. 베이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부장과 제임스 B.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에게 중국 측은 ‘이제 중국의 핵심적 이익의 일부가 된 남중국해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그 뒤 3월2일부터 있었던 필리핀 석유 탐사선에 대한 중국 감시선의 방해 행위와 5월26일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접근한 중국 감시선 3척에 의한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의 조사용 케이블 절단 사건, 그리고 이때부터 시작된 베트남과의 충돌, 그리고 9월에 조어도(센카쿠 열도) 앞바다에서 있었던 중국 어선의 일본 해양감시선 충돌 사건 등 1년 내내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공해전 전략의 등장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중국의 일련의 무력시위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이 2010년 6월5일 로버트 게이츠 장관의 싱가포르 연설에서 등장했다.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저해하는 무력행사 및 행동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뒤 7월23일 하노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연설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관망 자세를 보여오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멀게는 닉슨 이후 오바마 정권 초기의 G2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키신저, 브레진스키 등 친중파 전략가들의 조언에 따른 관여 정책, 즉 공존·공영의 추구였다. 그러던 것이 2010년 중반을 거치면서 ‘유라시아 대륙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어떠한 세력의 등장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난 100년간 미국 보수 본류가 견지해온 ‘패권 저지 전략’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종합국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중국에 앞서지만, 미국 경제력은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중국은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10~15년 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거의 이견이 없다. 더구나 지난해 의회의 결의로 미국 국방비는 향후 10년간 약 5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까지 삭감될 처지여서 새로운 군사력 증강이 쉽지 않다. 국내의 한 안보 전문가는 “미국 스스로도 10~15년 정도를 본다. 그렇게 해서 안 될 경우 공동 패권으로 가거나 아니면 물려주고 떠나거나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혼자 힘으로 이미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게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중국에 위협감을 느끼는 아태 지역 동맹국 및 우호국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공식 문서상에서 공해전 전략이 처음 등장한 것은 바로 2010년 QDR(4개년 국방검토 보고서)였다. 그러나 미국 내부적으로는 이미 2010년 5월부터 국방부 산하 전략예산평가센터에서 연구 발표가 있었고, 이에 따라 2011년 8월에는 공군·해군·해병대의 통합기관(ASBO: Air-Sea Battle Office)이 이미 가동된 상태이다.


공해전 전략은 이처럼 미국이 항공모함 위주의 기존 전략으로는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새롭게 세운 전쟁 개념이다. 우선 아태 지역 미군을 과거 오키나와 기지에 결집시켜왔던 것에서 벗어나 티니안 섬과 괌, 베트남의 캄란만, 타이의 우다바오, 필리핀의 수빅과 클라크 기지, 오스트레일리아의 다윈 등으로 분산 전개한다. 이 상태에서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첫 번째 단계에서는 미사일 방위를 가동하면서 현재 일본 본토의 가데나, 이와쿠니 등에 배치돼 있는 주일 미군 항공기를 괌과 티니안 섬으로 옮기고 미국 항공모함도 중국 미사일의 사정거리 바깥으로 이동한다. 그 대신 잠수함 부대를 활용해 제1열도선 내부에서 공격을 가하고, 위성미사일로 중국의 우주전력을 격파하여 중국군의 목표 식별 능력을 무력화하며, F-22, B-2 등의 스텔스기 및 순항미사일로 중국군의 지휘 관제시설을 무력화한다. 사이버 공격으로 통신 네트워크의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2단계는 제1단계 작전이 성공리에 진행될 경우 해상교통로 방위와 후방지원 기지를 강화하고 중국 본토 봉쇄 및 에너지 시설 파괴 등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같은 공해전 전략 1단계를 보면 일본의 불안감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막강한 미사일 공격 앞에서 그동안 일본 방위의 주체였던 미국 항공모함과 항공기가 자기 살기 위해 대피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 방어를 위한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에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최근까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일본이 대신 확보해 전력 균형을 맞추거나 다탄두인 동풍-21D 앞에서 이미 한물간 MD 시스템을 더욱 미국과 일체화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있었다. 핵 무장화의 길을 연 일본 의회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문제는 한국이다. 국내 한 군사 전문가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을 큰 그림에서 보자면, 중국 남부 해안 방면에서는 필리핀이 전방, 오스트레일리아가 후방을, 중국 동부 해안 방면에서는 한국이 전방, 일본이 후방 역할을 맡게 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미군 전략상 중국 베이징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평택 기지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잘못하면 앞에는 중국 미사일이요, 뒤에는 핵 무장화까지 열어놓은 군사대국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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